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매년 물류 계약 시즌이 되면 화주 기업들은 고민에 빠집니다. “얼마나 많은 물량을 고정 계약(Contract)으로 묶어두어야 할까?” 변동성이 큰 물류 시장에서 화주들은 운임을 미리 확정하고 선복과 트럭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장기 계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러한 우리의 상식을 뒤집고 있습니다. 안정성을 위해 맺은 계약이 오히려 막대한 ‘유휴 공간(Unused Capacity)’을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비용 낭비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오늘은 온라인 화물 마켓플레이스 프레이토스(Freightos)가 의뢰하고, MIT 교통물류센터(Center for Transportation and Logistics)의 안지 아코셀라(Angi Acocella) 연구원이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계약 중심 물류 구조의 숨겨진 이면과 그 해결책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계약의 역설: 확보된 트럭, 선박 공간의 70%가 ‘유령 공간’으로 남는다
안지 아코셀라 연구원이 올가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의 화주들은 예측되는 트럭 화물 물동량의 최소 90%를 계약 운임으로 확정 짓습니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물류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그러나 실제 운영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화주들이 굳게 약속하고 확보해 둔 계약 용량(Capacity) 중 최대 70%가 실제로는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고 있었던것입니다.
연구원은 용량은 확보되었으나 실제 화물은 없는 이 현상을 가리켜 ‘고스트 레인(Ghost Lanes)’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고스트 레인이란 서류상으로는 분명히 공간이 확보되어 있고 비용 계획도 잡혀있지만, 실제로는 화물이 실리지 않아 유령처럼 텅 빈 채 존재하는 구간을 뜻합니다. 이는 단순한 공간의 낭비를 넘어, 기업이 운송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물류 파트너십의 신뢰도 하락과 비용 비효율을 초래하는 주원인이 됩니다.
한편, 해상 운송 분야 역시 트럭 시장과 유사한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해상 운송 물동량의 70% 이상이 통상적으로 계약 운임에 배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트럭 운송처럼 구체적인 ‘미사용 용량 비율’이 수치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상 시장 역시 높은 계약 의존도를 고려할 때, 트럭 시장과 유사한 비효율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합니다.

인식과 현실의 괴리: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화주들의 착각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화주들이 느끼는 ‘주관적 인식’과 실제 ‘데이터’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괴리입니다.
아코셀라 연구원은 화주들과의 심층 인터뷰 과정에서 이 흥미로운 격차를 발견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대다수 화주는 “우리가 계약한 용량 중 사용하지 못하는 비율은 기껏해야 25% 정도”라고 자신 있게 답했습니다. 그러나 연구원이 확인한 결과, 이는 데이터에 근거한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화주들이 업무 현장에서 어림짐작으로 추산한 숫자에 불과했습니다.
실제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은 화주들의 예상을 비웃듯 훨씬 심각했습니다. 막연한 믿음과 달리, 실제로는 최대 70%에 달하는 계약 용량이 사용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결국 기업이 물류 비용 낭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 화주들은 왜 ‘스팟 시장’으로 눈을 돌리나?
이러한 비효율을 인지한 탓일까요? 화주들이 화물을 조달하는 방식에서 뚜렷한 ‘구조적 변화(Structural Shift)’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바로 고정된 계약에만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스팟(Spot) 시장’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명확히 읽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전체 트럭 화물 물동량의 약 5%만이 스팟 시장으로 유입되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이 수치는 10%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팬데믹이 완전히 종료된 지금도 여전히 10% 수준을 유지하며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수치가 화주들의 자발적인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스팟 물량은 계약된 운송사가 배차를 거부하는 ‘라우팅 가이드 실패(Routing Guide Failure)’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재 유지되고 있는 10%의 비중은 이러한 거절에 의한 물량을 제외하고, 화주가 처음부터 스팟 시장으로 직접 발행한 물량들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운임이 안정적인 ‘소프트 마켓(Soft Market)’에서는 보통 저렴한 계약 운임 사용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팟 비중이 줄어들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은, 화주들이 전략적으로 스팟 시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조달 패턴을 완전히 바꾸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준비 없는 절박함의 대가: 운송비 35% 급증
앞서 화주들이 스팟 시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말씀드렸지만, 모든 스팟 시장 활용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철저한 조달 다각화 전략(Procurement Diversification Strategy) 없이, 단순히 상황에 떠밀려 스팟 시장을 찾게 된다면 그 대가는 혹독합니다.
연구팀은 이를 가리켜 ‘절박함에 의한 이동(Desperation move)’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화주가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스팟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실패나 계약 물량 관리 소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급하게 트럭을 수배해야 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상황에 처한 화주들은 당초 예측했던 비용보다 최소 9%에서 최대 35%까지 더 비싼 운임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약이 가장 안전하고 예측 가능하다”고 믿고 경직된 운영을 고수하다가, 오히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예산을 훨씬 초과하는 ‘비용 폭탄’을 맞게 되는 셈입니다.
아코셀라 연구원은 “고스트 레인은 단순히 트럭의 빈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실질적인 비용 손실과 성과 저하(Performance Implications)로 직결된다”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결국 준비되지 않은 계약 의존은 안정성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주를 비용 변동성의 위험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낭비를 막고 효율을 높이는 3가지 제언
그렇다면 화주들은 이토록 불안정한 시장에서 어떻게 ‘고스트 레인’을 없애고 비용 효율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연구를 주도한 프레이토스의 리서치 총괄 유다 레빈(Judah Levine)은 “화주들이 사용하지 않거나 활용도가 낮은 계약(underutilized contracts)을 유지하느라 상당한 ‘낭비 비용(Wasted Costs)’을 떠안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 3가지를 제시했습니다.
1. ‘짐작’이 아닌 ‘데이터’로 비율과 성과를 측정하십시오.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 회사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막연히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계약 화물과 스팟 화물의 비율(ratio)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각 방식의 상대적인 성과(relative performance)가 어떠한지 정량적인 데이터로 측정해야 합니다.
이때 필수적인 것이 바로 ‘가시성(Visibility)’의 확보입니다. TRADLINX Ocean Visibility와 같은 솔루션을 도입하면, 실시간 화물 이동 현황을 모니터링하여 어떤 구간에서 지연이 발생하는지, 계획 대비 실제 운송은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시성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만 비로소 ‘고스트 레인’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내고 정확한 성과 측정이 가능해집니다.
2. 고정관념을 깨고 ‘계약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십시오.
무조건적인 장기 고정 계약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레빈 총괄은 광범위한 계약 전략 내에 시장 지수와 운임이 연동되는 ‘인덱스 연동 계약(Index-linked contracts)’을 적극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한, 필요에 따라 스팟 시장 도구(spot market tools)의 사용 비중을 전략적으로 늘려 유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경직된 계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옵션을 섞는 것만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3. 시간 소모적인 조달 업무를 과감히 ‘자동화’하십시오.
전략적 의사결정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단순 반복 업무를 줄여야 합니다. 입찰 제안 요청(requesting tender offers), 실시간 스팟 운임 확인(spot rates), 그리고 실제 예약(bookings)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조달 업무 전반을 자동화해야 합니다. 자동화를 통해 확보된 시간과 자원을 더 나은 운송 전략을 수립하는 데 투자해야 비로소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방식대로 ‘일단 계약부터 맺고 보는’ 관행은 이제 기업의 경쟁력을 좀먹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고스트 레인’을 없애고, 가시성 솔루션과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한 물류 전략을 통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