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 대란과 공급망 위기의 진짜 이유: 해상 병목구간(Chokepoints)의 지정학적 비밀

2026년, 6월 10일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첨단 디지털 혁신과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촘촘하게 연결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한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지구 반대편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넘어오는 시대이기에, 우리는 종종 실물 자원이 이동하는 물리적 경로를 잊고 지내곤 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실물 경제를 움직이는 진정한 혈관은 여전히 거대한 화물선들이 묵묵히 오가는 해상 무역(Sea-borne trading)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소비하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 자원과 첨단 제조품들은 결국 물리적인 바닷길을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거대한 해운 물류망이 단 하루라도 멈춰 선다면, 현대 글로벌 경제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질 정도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망망대해처럼 한없이 넓어 보이는 이 바닷길이 결코 모든 곳에 균일하게 열려 있는 평등한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대양은 끝없이 넓지만, 대륙과 대륙 사이를 횡단하는 상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는 지리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의 자원과 상품은 운송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극도로 비좁고 제한된 몇 개의 핵심 통로로 쏠려 흐르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지정학자들과 해양 안보 전문가들은 무역선들이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이 위태로운 길목을 가리켜 해상 병목구간(Maritime Chokepoints)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해상 통로들은 수만 년 전부터 존재해 온 단순한 지리적 타성에 불과한 곳이 결코 아닙니다. 오늘날 이곳은 국제 사회에서 통제와 강압, 그리고 국가 간의 상호 의존성이 끊임없이 협상되고 충돌하는 권력의 도구로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좁은 구간 중 단 한 곳에서라도 예기치 않은 사고나 지정학적 분쟁이 발생하면, 그 여파는 결코 국지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습니다. 막힌 혈관이 전신 마비를 일으키듯, 전 세계 물류망과 경제 시스템 전체에 연쇄적인 마비와 천문학적인 타격을 입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좁은 바닷길은 단순히 상선들이 지나가는 평화로운 지리적 통로를 넘어섰습니다. 21세기 강대국들이 현대의 해양 패권(Sea Power)을 차지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는 지정학적 최전선이 된 것입니다. 과연 이 바닷길 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숨겨진 권력의 지형도를 더욱 깊이 있게 짚어보겠습니다.

지정학과 경제학이 교차하는 무대:
바다의 좁은 길목이 권력을 결정한다

이 좁은 바닷길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지정학 및 경제학 이론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해석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세기의 저명한 해양 전략가 알프레드 세이어 마한(Alfred Thayer Mahan)은 국가의 거대한 힘을 전 세계로 투사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해상 교통로(Sea lines of communication, SLOCs)를 장악하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과거에는 수백 척의 거대한 군함을 앞세워 태평양이나 대서양 같은 넓은 바다 한가운데를 무력으로 차지하는 것이 해양 패권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세계가 하나로 긴밀하게 연결된 현대에는 넓은 바다 전체를 무력으로 지배할 필요가 없습니다. 영국의 지정학자 하프드 매킨더(Halford Mackinder)가 대륙 내부의 심장지대(Heartland) 통제를 강조한 반면, 니콜라스 스파이크만(Nicholas Spykman)은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연안지대(Rimlands)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현대의 해상 병목구간들은 바로 이 스파이크만이 강조한 연안지대에 절묘하게 위치하며, 지역의 권력과 국제적 입지를 단숨에 결정짓는 핵심 접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로버트 코헤인과 조셉 나이(Keohane and Nye)가 제시한 복합적 상호의존성(Complex interdependence) 이론은 이 바닷길의 경제적 중요성을 완벽하게 설명해 줍니다. 오늘날처럼 각국의 경제가 톱니바퀴처럼 고도로 얽힌 무역망에서는, 좁은 해협에서의 아주 작은 국지적 문제가 전 세계 공급망 전체로 들불처럼 퍼져나가 광범위한 타격을 입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해양 시스템을 움직이는 세 가지 핵심 축: 통제권(Control), 의존성(Dependency), 그리고 취약성(Vulnerability)

이러한 이론적 배경을 종합해 볼 때, 전문가들은 이 좁은 바닷길들이 다음 표와 같이 세 가지 차원에서 맞물려 돌아간다고 분석합니다.

글로벌 해양 시스템의 3대 핵심 축상세 설명
통제권(Control)강대국들이 해군력과 인프라를 통해 바닷길에 행사하는 지배력의 차원
의존성(Dependency)전 세계 화물과 에너지가 대안 없이 이곳을 지나야만 하는 한계적 차원
취약성(Vulnerability)작은 사고 하나에도 글로벌 물류 시스템이 붕괴할 위험을 안고 있는 차원

이 세 축이 쉴 새 없이 상호작용하며, 평범한 바닷길을 권력의 치열한 전쟁터로 변모시키고 있습니다.

무역선들의 필연적 선택과 기형적 집중의 함정

이러한 권력의 작용은 결코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화물선들의 이동 경로를 살펴보면 이 공간이 지닌 구조적인 취약성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앞서 서론에서 언급했듯 대양은 끝없이 넓어 보이지만, 화물선들이 거친 파도를 뚫고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사실상 정해져 있습니다. 대륙과 대륙이 만나는 좁은 틈새를 통과하는 것이 연료비를 극적으로 아끼고 운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지리적, 경제적 필연성 때문에 전 세계의 화물은 불가피하게 몇몇 특정한 해상 통로로 몰려들 수밖에 없습니다. 삽입된 자료를 살펴보면, 이 좁은 해협들이 감당하고 있는 무역량과 에너지 물동량이 얼마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기형적인 집중도를 보이는지 확연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역 흐름이 이토록 소수의 길목에 집중되는 현상은 전 세계 물류비용을 극적으로 낮추어 세계화라는 긍정적인 상호 연결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이 극단적인 효율성은 시스템의 위험성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만약 모든 배가 지나가야만 하는 이 길목 중 단 한 곳이라도 폐쇄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화물선들은 길을 잃고 엄청난 거리를 우회해야 하며, 이는 즉각적인 해운 운임 폭등, 보험료 상승, 배송 지연을 초래합니다. 결국 전 세계 상품 시장의 가격 폭등이라는 끔찍한 연쇄 폭발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대자연이 빚어낸 영구적 숙명,
자연적 해협(Natural Chokepoints)

화물선들이 목숨을 걸고 통과해야만 하는 병목구간은 그 특성에 따라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뉘며, 그중 가장 근본적이고 절대적인 곳은 대자연이 지구의 지각 변동을 통해 만들어낸 자연적 해협(Natural Straits)입니다. 인간이 굴착기를 동원해 인위적으로 파낸 곳이 아니기 때문에, 이 해협들은 그 위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영구적인 숙명을 띠고 있습니다. 이 길을 우회하려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막대한 시간과 경제적 출혈이 발생하므로, 자연적 해협은 국가들의 장기적인 해양 전략과 역사적인 패권 경쟁에서 언제나 1순위 장악 목표가 되어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이고 무서운 곳은 중동의 심장부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입니다. 이곳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최고 핵심 관문으로 꼽힙니다. 매일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이 좁은 바다를 통해 전 세계로 뿜어져 나오지만, 이 해협은 정치적으로 극도로 불안정한 연안 국가들과 안보적 위협 세력들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습니다. 따라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이곳의 불안정성은 글로벌 경제를 수시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Bab el-Mandeb)의 상황 역시 이와 다르지 않게 치명적입니다. 수에즈 운하로 들어가는 핵심적인 남쪽 진입로 역할을 하는 이곳은, 지역 내부의 작은 불안정이 단숨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양 축 전체의 마비로 번질 수 있는 다층적 취약성(Multi-layered vulnerability)을 지니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생명선과도 같은 말라카 해협과 아시아를 잇는 핵심 해상 교통로(SLOC)

관점을 아시아로 돌려보면,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말라카 해협(Strait of Malacca)이라는 거대한 무역 컨베이어 벨트가 등장합니다.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거대한 생산 기지들과 중동, 유럽의 거대한 소비 시장을 하나의 끈으로 단단히 묶어주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대동맥입니다. 물론 인도네시아 인근에 순다 해협(Sunda Strait)이나 롬복 해협(Lombok Strait) 같은 다른 우회로들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샛길들은 말라카 해협이 제공하는 압도적인 시간 단축과 경제적 편의성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대체재가 있어도 완벽한 전략적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자연적 해협이 가진 피할 수 없는 굴레입니다.

이 밖에도 대서양 횡단과 북아프리카 해양의 운명을 쥐고 있는 지브롤터 해협(Strait of Gibraltar), 흑해와 지중해 사이에서 튀르키예, 러시아, 유럽의 군사적 셈법이 팽팽하게 맞서는 보스포루스 해협(Bosporus)과 다르다넬스 해협(Dardanelles) 역시 역사적인 중요성을 지닌 길목들입니다. 나아가 기후 변화로 인해 얼음이 녹으면서 새롭게 뱃길이 열리고 있는 북극의 베링 해협(Bering Strait)이나, 비상시 우회로로 쓰이는 아프리카 끝자락의 희망봉(Cape of Good Hope) 등도 미래 전략을 뒤흔들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극단적 효율을 위해 쌓아 올린 유리성벽,
전략적 인공 운하(Strategic Canals)

하지만 눈부시게 발전하는 글로벌 경제는 대자연이 내어준 해협만으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세계 무역의 속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물리적 한계에 부딪힌 인류는 결단력을 발휘하여 직접 땅을 파서 바다와 바다를 잇는 거대한 지름길을 만들어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해상 통로의 두 번째 형태인 전략적 인공 운하(Strategic Canals)입니다. 이 거대한 인공 구조물들은 대륙을 수개월씩 빙 돌아가야 했던 물리적 거리를 파격적으로 압축하여, 오늘날 재고를 쌓아둘 필요가 없는 초효율적인 적시 생산 물류 시스템을 완성한 마법의 터널이 되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우회하는 수고를 덜어주어 유럽과 아시아 무역의 심장이 된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Suez Canal)가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마찬가지로 거대한 아메리카 대륙을 한가운데서 가로질러 태평양과 대서양을 단숨에 이어주는 파나마 운하(Panama Canal) 역시 세계 경제의 척추 역할을 든든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발트해와 북해의 군사적 이동을 돕는 킬 운하(Kiel Canal), 러시아 내륙과 해양을 잇는 볼가-돈 운하(Volga-Don Canal) 등도 각 지역의 핵심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공 운하는 인간의 기술력이 만들어낸 위대한 성취입니다. 그러나 이 극단적인 효율성 이면에는 치명적이고도 허술한 꼬리표가 달려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파낸 좁은 수로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운하는 쉴 새 없는 모래 굴착, 정밀한 수위 조절,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고도의 교통 관리 시스템에 철저히 의존해야만 간신히 유지됩니다.

자연 해협보다 폭이 훨씬 좁고 배들이 기차처럼 빽빽하게 줄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기술적 결함이나 선장의 운항 실수 하나만으로도 시스템 전체가 완전한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2021년 수에즈 운하에서 발생했던 초대형 화물선 좌초 사태가 이를 생생하게 증명했습니다. 거센 모래폭풍에 밀린 단 한 척의 배가 운하를 비스듬히 가로막았을 뿐인데, 불과 몇 시간 만에 전 세계 공급망이 완전히 멈춰 서고 헤아릴 수 없는 천문학적인 물류 대란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는 인간이 극도의 효율을 좇아 설계한 인공 운하가, 실제 상황에서는 얼마나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연약한 유리성벽인지를 전 세계에 여실히 보여준 뼈아픈 교훈이었습니다.

바다의 위험을 피해 육지로 도망치다,
가상 병목구간(Virtual Chokepoints)의 등장

자연 해협은 주변국의 정치적 분쟁 때문에 언제 막힐지 몰라 1년 365일 조마조마하고,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인공 운하는 배 한 척의 작은 실수에도 전 세계 경제가 마비되어 버립니다. 이처럼 바닷길이 지닌 극단적인 위험성에 지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마침내 전혀 다른 새로운 생존법을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위험천만한 바다를 아예 피해서 육지 위를 지나는 거대한 송유관(Pipelines)을 깔거나 새로운 육상 철도 회랑을 개척하는 방식입니다. 지정학자들은 이러한 우회 경로를 기존의 물리적 바닷길을 대체한다는 의미에서 가상 병목구간(Virtual Chokepoints) 혹은 전략적 우회로라고 명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는 툭하면 막히는 수에즈 운하의 위험을 우회하기 위해 육지에 석유를 나르는 수메드 파이프라인(SUMED Pipeline)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감으로 늘 불안한 호르무즈 해협을 피하고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국 영토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동서 파이프라인(East-West Pipeline)을 건설했습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해군력이 말라카 해협의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안보적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바다를 건너지 않고 미얀마의 육지를 관통하여 중국 내륙으로 직접 에너지를 끌어오는 중국-미얀마 파이프라인(China-Myanmar pipelines)을 건설하며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했습니다.

이렇게 바다를 피해 육지로 도망쳤으니, 이제 이 국가들은 물류의 위험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배가 바다에서 해적에게 나포되거나 적국에 의해 통제당할 위험을 피하고자 육지로 경로를 바꿨을 뿐, 이번에는 그 거대한 파이프라인이 길게 지나가는 영토 국가들의 내부 정치적 불안정, 테러 단체의 고의적인 시설 폭파 공작, 그리고 운영권을 둘러싼 주변국과의 이권 다툼이라는 전혀 새로운 약점들이 솟아났기 때문입니다.

즉, 가상 병목구간은 ‘물류망의 취약성’이라는 무서운 질병을 완벽하게 고쳐낸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단지 그 질병이 발병하는 위치를 통제하기 힘든 바다 위에서 육상의 인프라 위로 슬쩍 옮겨놓았을 뿐입니다. 위험을 부분적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는 얻었지만 새로운 종속성을 스스로 만들어냈기에, 결코 완벽한 구원책이 될 수 없다는 씁쓸한 한계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습니다.

총성 없는 전쟁:
21세기 해양 패권(Sea Power)의 진화와 새로운 위협

이토록 전 세계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세 가지 형태의 좁은 해상 통로들을 무대로, 세계 패권을 거머쥐려는 강대국들의 거대한 권력 다툼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매우 교묘하고 은밀한 양상으로 진화했습니다.

과거 역사책에 묘사되던 해양 지배는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거대한 군함으로 적국의 함대를 산산조각 내고 무력을 사용해 항로를 꽉 막아버리는 직관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전 세계 국가들의 경제가 거미줄처럼 한 덩어리로 얽힌 상황에서 함부로 핵심 해협을 전면 봉쇄했다가는, 적국뿐만 아니라 자국의 경제까지 파탄 나는 상호 확증 파괴와도 같은 자살 행위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의 영리한 강대국들은 무식한 물리적 총격전 대신,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뒤로는 섬뜩한 간접적이고 지경학적(Geo-economic)인 경제 수단을 동원하여 바다를 지배하려 듭니다. 이들은 총칼 대신 거대한 자본을 무기 삼아 물류 요충지의 핵심 항구 운영권을 합법적으로 사들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최첨단 감시 레이더와 전산망을 설치해 지나가는 모든 상선과 화물의 흐름을 24시간 철저히 감시합니다. 직접적인 공격은 하지 않더라도 상시로 거대한 군함을 그 주변에 맴돌게 하여 주변국들에게 무언의 압박과 공포를 심어주는 이른바 회색 지대(Gray-zone) 작전을 전개하며, 합법과 불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무역로의 통제력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눈치싸움만으로도 벅찬데, 설상가상으로 현대 바다의 위협은 국가라는 틀을 벗어나 전혀 예상치 못한 다차원적인 비대칭적 위협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정부나 군대의 형태조차 갖추지 못한 지역 반군, 이념에 경도된 테러 조직(Terrorism), 혹은 가난에 내몰린 생계형 해적(Piracy)들이 상용 드론과 소형 미사일 같은 첨단 무기를 동원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에서 무고한 상선을 수시로 공격합니다. 지역의 작은 혼란이 글로벌 물류망 전체를 인질로 잡는 사태가 일상화된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까지 현실화되었습니다. 사이버 해커들이 항만의 디지털 물류 관제 컴퓨터 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켜 선박의 입출항 자체를 묶어버리는 사이버 간섭(Cyber interference)과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는 새로운 무기까지 등장했습니다. 결국 상황이 이렇다 보니, 21세기의 진정한 바다의 지배자는 대포와 장갑차가 많은 나라가 아닙니다. 이토록 복잡하게 얽힌 인프라 네트워크의 배후를 완벽히 통제하고, 예측 불가능한 혼란이 터졌을 때 즉각적으로 시스템을 수습할 수 있는 압도적인 정보력과 기술력을 갖춘 국가만이 진정한 패권국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위기 대응을 위한 7가지 전략적 제언

앞서 기나긴 논의를 통해 상세히 살펴본 바와 같이, 전 세계 경제를 하나로 튼튼하게 엮어주는 핵심 해상 병목구간과 인공 운하들은 눈부신 경제 세계화와 인류의 번영을 이끈 위대한 혈관인 동시에, 세계 경제가 영원히 안고 가야 할 가장 치명적이고 방치할 수 없는 아킬레스건입니다. 무역과 에너지가 극도의 효율성을 좇아 소수의 좁은 지름길로 쏠리는 이 기형적인 집중 현상은, 과학 기술이 앞으로 아무리 비약적으로 발달하더라도 지리적 한계 때문에 구조적으로 결코 피할 수 없는 영구적인 현실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극단적이고 영구적인 취약성 속에서 살아남고 굳건한 국가 경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 사회와 각국 정부는 다각적이고 실질적인 다음의 일곱 가지 전략을 서둘러 실천에 옮겨야만 합니다.

  1. 물류 경로 및 공급망의 과감한 다변화(Diversification): 비용 절감만을 위해 단일 해협에 국가의 모든 명운을 거는 과도한 의존을 피해야 합니다. 육상 경로 개척, 지역 내 연결성 강화, 복합 운송 물류망 구축, 그리고 대체 해상 경로 개발에 지속적으로 막대한 자본을 선제 투자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2. 전략적 운하 보호를 위한 다자간 국제 협력(Global Cooperation): 수에즈나 파나마 운하 같은 메가 인프라는 한 국가가 알아서 관리하도록 방치할 수 있는 사유 재산이 아닙니다. 장기적인 마비 사태를 막기 위해 전 세계적인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고, 해양 조정 시스템과 신속한 다국적 위기 대응 플랜을 촘촘하게 마련하여 글로벌 공공재로서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3. 고위험 지역에서의 다층적 안보 강화(Enhanced Security): 툭하면 무력 도발이 일어나는 불안정 지역에서는 단순히 피해 국가가 개별적으로 군함을 파견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국제 사회가 강력하게 연합하여 대해적 작전을 공조하고 민간 선단 호위 작전을 펼치며 테러 위협에 공동으로 억지력을 발휘하는 연대 의식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4. 인프라의 전략적 회복력 확보(Resilient Infrastructure): 이제 항만 인프라를 단순한 기술적 하역 시설이 아닌 국가의 핵심 안보 전략 자산으로 격상시켜 대우해야 합니다. 해상 트래픽 전산 관리망, 정밀 항법 시스템, 그리고 비상 예인 인프라 등을 사이버 공격이나 극단적 자연재해에도 끄떡없이 작동하도록 대대적으로 현대화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5. 보호 조치가 병행된 선택적 우회로 개발(Selective Redundancy): 파이프라인과 같은 육상 가상 병목구간을 적극적으로 건설하되, 이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무결점의 구원책이 아님을 분명히 직시해야 합니다. 육상 시설에 대한 외부 세력의 폭파 공작을 철저히 방지하고 운영국 간의 복잡한 정치적 리스크를 통제하는 데에도 군사적, 외교적 안보 역량을 동시에 투입해야만 절반의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6. 항행의 자유 보장과 엄격한 국제법 준수(Freedom of Navigation): 강대국 간의 눈치싸움과 패권 경쟁이 격화될수록 국제법의 빈틈을 교묘하게 노리는 강압적 행동과 무력 시위가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억울한 무고한 상선에 대한 강대국의 일방적인 통제나 부당한 간섭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국제 해양법에 대한 예외 없는 강력한 준수와 예측 가능한 공정한 법 집행이 전 세계적인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7. 새로운 시대를 대비한 장기 계획 수립(Long-term Planning): 기후 변화로 얼음이 녹으며 본격적인 뱃길이 열릴 북극 항로의 선점 경쟁, 사람이 타지 않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대양을 건너는 무인 자동화 선박의 상용화 시대, 그리고 전 세계 물류망이 인터넷으로 완벽히 통합되는 초연결 시대의 파괴적인 사이버 취약성 등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안보 시나리오를 국가 차원에서 지금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결국 이 기나긴 논의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핵심은 “해상 병목구간이 가진 구조적 위험성을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느냐”를 묻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대자연의 섭리상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인류가 직면한 진정한 승부처는 “이 필수 불가결한 좁은 통로가 전 세계를 붕괴시키는 고질적인 경제적 시한폭탄이 되지 않도록,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자신들의 의존성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분산하고 지혜롭게 통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다가오는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진정한 바다의 지배자는 거대한 대포와 군함으로 다른 나라를 무자비하게 억누르는 폭군이 아닙니다. 이 좁고 위태로운 바닷길이 품고 있는 수많은 갈등과 파괴적인 위험성을 끈끈한 국제적 연대와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로 슬기롭게 제어하며, 그 위험천만한 병목 구간 위에서 가장 안전하고 지혜롭게 무역의 돛을 높이 올리는 국가만이 새로운 시대의 진정한 승리자로 역사에 찬란하게 기록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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