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끝나면 해운 운임은 폭락할까? SCM 담당자가 알아야 할 ‘호르무즈 해협’의 뉴노멀

2026년, 4월 2일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을 총괄하시는 수많은 기업의 물류 담당자 및 SCM 실무자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단연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해상 운임의 극심한 변동성’일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 에너지 무역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과의 분쟁은 매일같이 실무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핵심 이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란 전쟁이 막을 내리게 된다면, 우리의 물류 환경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단순히 막혔던 바닷길이 시원하게 열리고 운임이 이전 수준으로 뚝 떨어지며 모든 것이 평화로워질 수 있을까요?

오늘 트레드링스에서는 주요 해운 브로커와 글로벌 분석가들이 내놓은 최신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쟁 종료 이후 선사와 화주들이 직면하게 될 단기적 혼란과 장기적 변화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단기적 기대감, 그리고 갇혀있던 선박들의 귀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시장의 기대감에서 출발합니다. 클락슨 시큐리티(Clarksons Securities)의 분석에 따르면, 전쟁의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는 희망이 커지면서 최근 미국 S&P 500 지수가 3% 가까이 상승하는 등 주식 시장이 곧바로 반응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기록적인 운임 시장 덕분에 이미 50% 이상 급등했던 탱커선 관련 주식들도 이러한 기대감을 십분 반영하고 있죠.

그렇다면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이 영구적으로 재개방될 경우 해운 시장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에는 전 세계 선대의 8%에 달하는 무려 72척 이상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발이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만약 해협이 열려 이 거대한 선박들이 다시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면, 단기적으로는 선복 공급이 눈에 띄게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배를 구하지 못해 불안에 떨던 화주들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진정될 것이고, 극도로 타이트했던 시장의 숨통이 트이면서 자연스럽게 운임 하락이라는 즉각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클락슨 시큐리티의 분석가들은 이러한 시장의 조정 과정이 결코 일직선으로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막혔던 무역 흐름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동안, 어떤 선박들은 화물이 있는 곳과 전혀 엉뚱한 위치에 덩그러니 남겨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일시적으로 선박의 위치가 엇갈리는 불균형(Dislocation) 현상은 또다시 특정 지역의 선복 부족을 야기하여 운임을 위로 강하게 밀어 올리는 새로운 변동성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구조적 수요 증가와 ‘톤마일’의 새로운 공식

이러한 초기의 혼란스러운 조정기가 어느 정도 지나가고 나면, 해운 시장은 오히려 구조적으로 더 탄탄해지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위축되었던 무역 흐름이 서서히 회복되고 화물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전쟁 이전 수준을 웃도는 대규모 재고 확충(Restocking) 수요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늘어난 화물 흐름은 하락했던 운임을 다시 든든하게 떠받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에 더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곳은 홍해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얀부(Yanbu) 항구입니다. 지정학적 불안감을 경험한 화주와 선사들이 얀부 항구를 일시적 대안이 아닌 영구적인 주요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죠. 항로가 이곳으로 다변화되면 결과적으로 탱커선들의 전체 이동 거리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톤마일(화물량×이동거리)’의 증가로 이어져 선복에 대한 구조적 수요를 높이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자유의 바다가 아닌 ‘통제된 회랑’의 시대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가장 무거운 현실은, 전쟁이 완전히 끝난다고 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이 과거와 같은 ‘완전한 자유의 바다’로 돌아가기는 무척 힘들다는 점입니다. 그리스의 해운 브로커 엑스클루시브(Xclusiv)는 호르무즈 해협이 단순한 지리적 병목 지점을 넘어, 이제는 접근이 조건부로만 허용되고 철저하게 관리되는 ‘통제된 회랑(Controlled corridor)’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이란은 해협을 꽉 막아버리는 전면 폐쇄 대신, 철저한 ‘선택적 개방’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파키스탄, 베트남, 말레이시아 같은 국가들에게는 사안별로 뱃길을 열어주고 있으며, 심지어 유럽 내에서도 미국의 노선을 지지하지 않은 스페인에게는 예외적인 통항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외교적 채널이나 재정적 합의를 거쳐야만 지나갈 수 있는 ‘승인된 통행’ 시스템이 굳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동 걸프 지역에 남아있는 해운 활동은 아시아와 연결된 무역 등 이른바 ‘비적대적’ 국가들 위주로 심하게 편중되어 버렸습니다. 반면 서방 국가로 향하는 화물은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말았죠. 엑스클루시브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시장이 이제 지정학적 리스크를 일시적인 예외 상황이 아니라, 아예 물류비용의 ‘기본값(Baseline)’으로 상정하고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합니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전쟁 위험 할증료와 길고 험난한 대체 우회 항로 이용은, 해운 시스템 내에 영구적인 고비용 구조를 깊숙이 뿌리내리게 만들었습니다.

다중 전선 공급 충격이 낳은 전례 없는 랠리와 양극단의 시나리오

여기에 더해 그리스의 시그널 오션(Signal Ocean)은 현재의 탱커 시장이 단순히 하나의 원인이 아닌, “역사적인 다중 전선 공급 충격(historic multi-front supply shock)”에 의해 송두리째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인해 러시아 발트해의 주요 항구인 우스틸루가와 프리모르스크의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고, 호르무즈 사태까지 겹치면서 해상 부유식 저장 용량마저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연쇄적인 충격 속에서 올해 탱커 시장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급등락을 경험했습니다. 연초인 1~2월만 해도 순수하게 시장 펀더멘털의 영향만으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일일 수익이 약 17만 7,000달러(약 349% 상승)까지 오르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면서 수백 척의 선박이 고립되는 등 지정학적 공급 충격이 덮치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었습니다. 연초 일일 약 3만 9,500달러 수준이었던 VLCC 수익은 3월 초 최고 31만 8,700달러를 찍은 뒤, 3월 25일 기준 20만 9,000달러 이상으로 유지되며 무려 430%나 폭등했습니다. 같은 기간 수에즈막스와 아프라막스 역시 각각 256%, 338% 급등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여실히 증명했죠.

싱가포르의 선박 브로커 센토사(Sentosa)가 현재의 상황을 가리켜 “미치고 전례 없는 시대”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수많은 선주들이 끔찍한 리스크를 피하고자 아예 ‘안전한 베팅’인 대서양 시장으로 뱃머리를 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중동 걸프와 홍해 지역은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극심한 선복 부족에 시달리며 높은 운임을 유지할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센토사는 SCM 실무자들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경고합니다. 만약 화물을 가득 실은 거대한 탱커선들이 우회 항로를 거쳐 아시아에 막 도착할 즈음에 전쟁이 가라앉는다면, 운송 비용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갈등의 골이 계속 깊어진다면, 화물을 비운 거대한 선박 무리(Ballasting armada)가 다시 짐을 싣기 위해 급박하게 반대편으로 질주하는 대혼란이 펼쳐지게 됩니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 걸프만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거대한 물동량이라는 새로운 무역 패턴이 생겨나면서 시장의 불균형이 극에 달해, 현재 미국 걸프만에서는 당장 대체할 선박을 구하는 것이 문자 그대로 ‘불가능(Zero ships)’한 아찔한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습니다.

파편화된 물류 생태계에서의 생존 전략

결론적으로 이란 전쟁이 종식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알던 과거의 평온했던 해운 시장으로 당장 돌아가는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특정 국가에게만 길을 열어주는 ‘조건부 통행’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시화’는 이미 글로벌 무역의 뼈대를 바꿔놓았습니다.

이제 기업의 SCM 및 물류 실무자분들께서는 단순히 선대의 규모를 따지거나 단편적인 비용 절감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정치와 외교 노선에 따라 철저히 파편화된 미래의 해운 시장에서는, 급변하는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 위기 속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파트너사와의 ‘관계’, 그리고 리스크를 영리하게 분산하는 ‘전략적 포지셔닝’이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언제든 물류 대란으로 번질 수 있음을 철저히 기본값으로 상정하시고, 항로 다변화와 공급망 플랜 B를 항시 점검하시길 적극 권장해 드립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글로벌 물류 시장의 거친 파도 속에서도, 여러분의 공급망이 굳건히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트레드링스가 가장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로 늘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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