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요즘 미국향 수출을 담당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항만 수수료’라는 단어에 신경이 곤두서 있으실 텐데요. 관세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미국이 또 하나의 비용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페니 세금(Penny Tax)’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항만 수수료 제도인데요. 이름만 들으면 ‘1센트짜리 세금이 뭐 대수겠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로 숫자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늘은 이 페니 세금의 정체가 무엇이고, 실제로 수출입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꼼꼼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페니 세금(Penny Tax)으로 불리는 항만 수수료, 대체 무엇인가요?
2025년 4월 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해양 지배력 회복(Restoring America’s Maritime Dominance)’이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 명령에 따라 마련된 것이 바로 해양행동계획(Maritime Action Plan, MAP)인데요, MAP은 조선소 인센티브, 인력 교육, 규제 완화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청사진입니다. 그중에서도 해운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보편적 인프라·안보 수수료(Universal Infrastructure or Security Fee)’의 도입입니다.
쉽게 말해,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 모든 외국에서 건조된 선박에 대해 수입 화물의 무게(kg)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매기겠다는 것입니다. MAP에서 제시한 수수료 범위는 kg당 0.01달러(약 1센트)에서 0.25달러(약 25센트)까지인데요. kg당 1센트, 즉 ‘1페니’가 기준점이 되다 보니 업계에서는 이를 ‘페니 세금’이라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MAP은 수입 화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나가는 수출 화물(농산물, 컨테이너 수출 화물, 원유, 석유 제품, LPG, LNG 등)에는 이 수수료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의 해상 수입 화물 중 크게 영향받는 분야는 세 가지로 꼽히는데, 바로 컨테이너 화물, 원유·석유 제품, 그리고 자동차입니다.
MAP에 따르면 이 수수료 수입은 ‘해양안보신탁기금(Maritime Security Trust Fund)’에 투입되어, 미국의 조선업 투자, 함대 확장, 산업 기반 복원, 해양 인력 양성 등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kg당 1센트 수준이면 10년간 약 660억 달러, 25센트면 무려 1조 5,000억 달러에 가까운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MAP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1센트’인데 왜 이렇게 비싼 건가요? — 선종별 비용 시뮬레이션
이름은 ‘페니’이지만, 화물선 한 척이 싣고 오는 화물의 무게를 생각하면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전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 위원장 루이스 솔라가 파트너로 재직 중인 Thorn Run Partners의 추산, 그리고 미국 센서스국·Descartes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을 종합하면 그 규모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컨테이너선
2024년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약 2,093억 kg(센서스국 데이터), TEU 기준으로는 약 2,820만 TEU(Descartes 데이터)였습니다. 이를 나누면 수입 TEU당 평균 약 7,500kg의 화물이 실리는 셈인데요, 다만 컨테이너 최대 적재 중량은 이보다 3배가량 높기 때문에 이 수치는 보수적인 추정입니다.
kg당 1센트(0.01달러) 적용 시, 센서스국 데이터 기반으로는 TEU당 약 75달러, Thorn Run Partners 추산으로는 TEU당 약 106달러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5,000TEU를 싣고 온 컨테이너선이라면 한 번 입항에 약 37만 5,000달러, 3,000TEU급 선박은 약 31만 8,000달러, 16,000TEU급 초대형 선박은 약 170만 달러에 달합니다.
kg당 25센트(0.25달러)로 올라가면 상황이 극적으로 변합니다. TEU당 1,875달러에서 2,650달러로 치솟아, 5,000TEU급 선박은 한 번 입항에 약 940만 달러, 3,000TEU급은 약 795만 달러, 16,000TEU급이라면 무려 4,240만 달러라는 금액이 산출됩니다. 사실상 운항을 포기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미국 전체 컨테이너 수입 기준으로 보면, 연간 비용은 kg당 1센트일 때 약 21억 달러, 25센트일 때는 약 523억 달러에 이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작년 USTR 수수료 때 컨테이너 선사들이 Cosco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국 선박 배치를 변경하거나 제거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이번 보편적 수수료에는 그런 우회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외국에서 건조된 모든 선박이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유조선
유조선에 대한 영향도 상당합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원유 수입량은(캐나다 파이프라인 수입 제외) 약 8억 2,700만 배럴이었고, 석유 제품 수입량은 약 6억 3,200만 배럴이었습니다. 석유 제품은 특히 미국 동부 해안에서 대량 수입되고 있고, 캘리포니아에서도 정유소 폐쇄로 수입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에너지연구소(Energy Institute)의 세계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원유 1배럴은 약 136kg, 석유 제품 1배럴은 약 124kg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kg당 1센트 기준으로도 원유·석유 제품 수입에 대한 연간 수수료가 약 19억 달러에 달하고, 25센트면 약 477억 달러로 급증합니다.
개별 선박으로 보면, 원유를 주로 실어 나르는 아프라막스급 유조선(7만 톤 적재 기준)은 1센트에도 한 번 입항에 약 70만 달러, 25센트면 1,750만 달러가 부과됩니다. 석유 제품을 운반하는 MR(미디엄 레인지)급 유조선(3만 7,000톤 적재 기준)은 1센트 기준 약 37만 달러, 25센트면 925만 달러로 역시 사실상 운항이 불가능해지는 수준입니다. 참고로, 이들 중소형 유조선은 작년 USTR 수수료 때 선박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면제 대상이었지만, MAP의 보편적 수수료가 시행되면 이번에는 면제 없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운반선
사실 MAP의 보편적 수수료 제안에 가장 가까운 전례가 이미 있습니다. 바로 USTR이 2025년 10월 14일부터 11월 9일까지 약 한 달간 자동차 운반선에 부과했던 수수료입니다. 당시 수수료는 순톤(net tonne)당 46달러로, 일부 건에서는 건당 100만 달러를 초과했습니다. USTR의 자동차 운반선 수수료는 MAP과 마찬가지로 중국산 선박만이 아닌, 외국에서 건조된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번 보편적 수수료의 예고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MAP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2024년 미국 차량의 평균 중량은 약 1,983kg(EPA 자동차 트렌드 보고서 기준)이므로, kg당 1센트면 차량 1대당 약 19.83달러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6,000CEU급 자동차 운반선이라면 한 번 입항에 약 11만 8,980달러, 9,000CEU급은 약 17만 8,470달러입니다. 25센트로 올라가면 각각 약 300만 달러, 450만 달러로 비용이 폭증합니다.
결국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요?
Thorn Run Partners의 보고서는 이 부분을 명확히 짚고 있습니다. 수입품에 추가되는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유조선의 경우 수수료가 용선 계약(charter party)을 통해 원유 수입업체에 전달되고, 수입업체는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미국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그 비용을 체감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자동차 운반선 업계도 작년 USTR 수수료 때 장기 계약 조건 때문에 비용 전가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향후 계약 갱신 시에는 비용 전가 조항을 반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미국 자동차 구매자가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FMC 위원장 솔라 역시, 현재 아시아발 미국향 해상 운임 수준을 감안했을 때 제안된 수수료는 화주들에게 “상당한(considerable)” 부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kg당 20센트나 15센트, 심지어 10센트만 되어도 모두가 반발할 것이며,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 수수료가 크루즈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설명이 없어, 솔라는 이 부분에 대한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캐나다·멕시코 우회도 막는다 — 육로항만유지세(Land Port Maintenance Tax)
이 수수료가 도입되면 당연히 화주들은 멕시코나 캐나다 항만을 경유해 트럭이나 철도로 미국에 반입하는 우회 루트를 생각하게 될 텐데요, 보편적 수수료 하에서는 선사가 중국 선박 대신 다른 선박을 투입하는 식의 회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우회 유인은 더욱 강해집니다. MAP은 이 허점도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멕시코·캐나다 국경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는 화물에도 기존 ‘항만유지세(Harbor Maintenance Tax, HMT)’에 준하는 육로항만유지세를 부과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는데, 세율은 화물 가치의 0.125%입니다.
솔라 전 위원장 역시 이 조치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필요했고, 실제로 주장해왔다”며 강한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나 워싱턴주 항만을 우회해 멕시코·캐나다를 경유하는 수입이 늘면서, 시애틀항 수입 물동량이 감소하고 부두 노동자와 크레인 운영 인력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워싱턴주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육로항만유지세는 기존 HMT와의 형평성만 맞추는 수준이지, 보편적 항만 수수료 자체를 상쇄하지는 못합니다. 만약 선사가 항만 수수료를 할증료(surcharge)로 전가한다면, 특히 수수료가 kg당 1센트를 넘어설 경우,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여전히 캐나다·멕시코 경유가 비용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실현 가능성은? — 입법과 행정, 두 갈래 길
이 수수료가 정말 시행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 많습니다. 솔라 전 위원장 자신도 MAP에 대해 “일종의 로드맵이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시행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의회 입법입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SHIPS Act’와 ‘Building Ships in America Act’가 발의되어 있지만, 법안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여러 위원회에 걸쳐 있어 진행이 더딘 상황입니다. MAP은 “해양 산업 강화를 위한 입법안 패키지를 편성 중이며, 의회 지원을 포함한 범정부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MAP 관련 입법안은 2027 회계연도 예산안 제출 이후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예산안 자체가 2월 2일 제출 예정이었음에도 아직 의회에 제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만약 구체적인 수수료율이 입법안에 명시되면, 에너지·유통·자동차 업계 로비스트들이 의회 내 우호 세력과 함께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 법안들의 진행 부진을 감안하면, 해운업계가 보편적 항만 수수료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두 번째는 행정적 수단입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301조 조사,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이 이끄는 상무부의 232조 조사(국가 안보 사유), 또는 연방해사위원회(FMC)의 독자적 권한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USTR은 중국의 불공정 조선·해양 관행에 대한 조사를 근거로 항만 수수료를 부과한 전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편적 수수료’이기 때문에, USTR이 시행하려면 한국, 일본 등 미국이 자국 조선업 투자를 유치하려는 동맹국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반면, USTR이 이미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 보편적 수수료를 별도 부속서(annex)로 중국 관련 규정에 끼워 넣은 전례가 있어, 업계의 ‘규제 월권’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솔라 전 위원장은 어떤 경로를 택하든, USTR이 항만 수수료 부과 시 수입·수출업체의 의견을 수렴했던 것처럼 이해관계자와의 대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그 과정에서 주요 산업과 특정 선종에 대한 면제(carve outs)가 이루어진 바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국의 보복 가능성입니다. 작년 USTR의 중국 대상 항만 수수료는 미·중 무역 데탕트의 일환으로 1년간 유예되었는데, 당시 중국도 미국 관련 선박에 맞수수료를 매기며 보복한 바 있습니다. 보편적 수수료가 다시 중국을 포함한다면, 또 한 차례 무역 보복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류 실무자를 위한 시사점
아직 수수료율이 확정되지 않았고, 부과 빈도(입항 건별인지, 로테이션별인지, 연간 기준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도 수수료에 대한 세부 사항을 거의 공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MAP이 제시한 방향성 자체는 분명합니다. 미국 정부는 자국 조선 산업 육성을 위해 해상 수입 물류에 상당한 비용 부담을 지우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물류·SCM 담당자 입장에서는 지금부터 몇 가지를 점검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향 운임 구조에 추가 수수료 시나리오를 반영한 비용 시뮬레이션, 캐나다·멕시코 경유 루트의 실효성 검토, 그리고 장기 운송 계약의 비용 전가 조항 점검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80년 만에 나온 가장 포괄적인 해양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MAP,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페니 세금’. 이름은 작지만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을 이 정책의 향방을, Tradlinx가 계속해서 추적하며 전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