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입니다.
지금 이 순간, 수많은 화물을 운반하는 선박과 선원들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던 “가짜”라면 어떨까요? 마치 공상과학 영화 같은 이야기가 지금 현실의 바다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의 해운 전문지 ‘로이드 리스트(Lloyd’s List)’가 진행한 탐사 보도에 따르면,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정부나 가짜 해운 기관을 사칭하는 위조 선박 등록·선원 자격 인증 사이트가 2024년 초부터 불과 1년 반 만에 50개 가까이 만들어져 대규모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사기 조직은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거나 불법 활동을 하려는 선박들에게 ‘가짜 신분’을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추적이 불가능한 ‘그림자 함대(Shadow Fleet)’가 만들어지고 있죠. 이 거대한 해양 범죄가 현재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드러난 ‘그림자 함대’의 실체: 유령선박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로이드 리스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바다에서는 매우 조직적인 범죄 네트워크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수십 개의 ‘가짜 정부’ 웹사이트를 만들어 선박 등록증과 선원 자격증을 위조하여 판매하고 있죠.
그 규모는 공식 통계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공식 통계(GSIS)를 보면, 현재 29개의 가짜 국적에 306척의 선박이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과소평가한 수치입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IMO가 아직 파악조차 못한 21개의 추가 사기 조직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Marinegov.net‘이라는 단일 온라인 도메인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었죠. 게다가 이와는 별개로, 독립 오픈소스 정보 분석가들과 함께한 조사를 통해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사기 조직의 존재도 확인되었습니다. 이들은 ‘매튜섬’, ‘신트마르틴’, ‘동티모르’ 등 최소 3개의 다른 위조 국적 등록 사기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범죄 수법은 겉보기에는 정교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술한 구석이 많습니다. 공식 기관처럼 보이는 웹사이트들은 사실 기본적인 블로깅 기술과 도박 웹사이트 템플릿을 이용해 조잡하게 만들어졌거든요. 하지만 실제 정부 기관과 거의 동일한 URL 주소를 사용하고, 문서에 QR 코드를 삽입해 진짜와 가짜 웹사이트를 교묘하게 연결하며 진위를 흐리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사기꾼들은 자신의 신원을 숨기기 위해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했지만, 몇몇 사이트의 도메인 등록 정보가 방글라데시에 위치한 한 디자인 에이전시와 연결되는 등 희미한 흔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여러 사이트를 급하게 복사-붙여넣기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페루 관련 사이트에서 슬로바키아의 인증서가 그대로 노출되거나, 다른 사이트의 검색 기능에서 오류 코드를 통해 이전에 만들었던 다른 가짜 등록 기관의 잊혀진 텍스트가 드러나기도 했죠. 이러한 단서들과 웹사이트 코드를 호스팅 서버까지 역추적하는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통해, 21개 이상의 개별 사이트가 모두 ‘Marinegov.net‘이라는 하나의 소스에서 나왔음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현재 운영 중인 주요 가짜 기관들의 명단입니다.
가짜 국적 등록 사이트들
Country | URL | Date created | Purported name of entity | Type of fraud |
---|---|---|---|---|
Cambodia | diplom-marinet.ru / dosdgbd.org | Mar-25 | Directorate General Shipping, Cambodia (Merchant Marine Dept) / Cambodia Maritime Administration | Fraudulent shipping registry / Crewing fraud |
Czech Republic | maritimeczech.com | Jan-25 | Maritime Directorate of the Czech Republic | Crewing fraud |
Slovakia | maritimeslovakia.com | Dec-24 | Slovakia Maritime Administration | Crewing fraud |
Cameroon | marinecameroon.com | Feb-25 | Cameroon Maritime Administration | Fraudulent shipping registry / Crewing fraud |
Peru | amp-gob.com | Mar-24 | Peru Maritime Authority | Crewing fraud |
Benin | benisr.com | Jun-25 | The Benin International Ship Registry (BISR) | Fraudulent shipping registry |
Fiji | fijimsa.com | Jun-25 | Maritime Safety Authority of Fiji | Fraudulent shipping registry / Crewing fraud |
Mauritania | www.mauritania.dosgov.org | Jul-24 | Directorate General of Shipping, Department of Seafarer Mauritania | Crewing fraud |
Namibia | namibia.dgsgov.net | Mar-24 | Namibia Maritime Administration | Fraudulent shipping registry / Crewing fraud |
Malawi | malawi.marinegov.net | Feb-24 | Malawi Maritime Administration | Fraudulent shipping registry / Crewing fraud |
North Macedonia | nmship.com | Nov-18 | North Macedonia Ship Registry | Fraudulent shipping registry / Crewing fraud |
Tonga | ton-fon.to | Mar-24 | Tonga Maritime Safety Authority | Fraudulent shipping registry / Crewing fraud |
Romania | anr-ro.com | Jun-21 | Romania Naval Authority | Crewing fraud |
더 나아가 이들은 단속에 대비해 아래와 같이 '예비' 사이트들까지 미리 구축해 두었습니다.
Country | URL | Date created |
---|---|---|
Bangladesh | dos-gov-bd.org.marinegov.net | Mar-24 |
Uruguay | armada-gub-uy.com | Mar-24 |
Columbia | dgmar-mil.co | Mar-24 |
San Marino | caa-mna-sm.net | Mar-24 |
St Kitts & Nevis | sknseafarer.com | Mar-24 |
Ireland | imdo-gov.irish.marinegov.net | Mar-24 |
Greece | hcg-gov.gr.marinegov.net | Mar-24 |
Papua New Guinea | Malicious website | Jun-24 |
Slovenia | smadgms.com | Dec-24 |
Belarus | belarusmaritime.net | Jul-25 |
Angola | angolaship.org | Jun-25 |
그렇다면 이렇게 미리 만들어 둔 수많은 가짜 기관들은 실제로 어떻게 이용되고 있을까요? 그 충격적인 실태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프리카 국가 '말라위'를 사칭한 경우입니다. 이 가짜 국적은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아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해진 유조선들의 '비상 탈출구'가 되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하자면, 이 가짜 국적은 정상적인 신분으로는 활동이 불가능한 '수배자'들을 위한 '위조 신분증'과 같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유조선들이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합법적인 '파나마' 국적을 버리고 이 불법적인 '위조 신분증'으로 갈아탔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얼마나 빠르게 벌어졌는지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그래프를 보면, 2025년 5월에는 이 가짜 국적을 사용한 선박이 단 한 척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6월에 18척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 7월 23일에는 22척까지 증가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 일어납니다. 6월 19일, 이 말라위 국적이 100% 사기라는 사실이 언론과 정부를 통해 전 세계에 폭로되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사기라는 것이 밝혀지면 모두가 도망가야 합니다. 하지만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가짜'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이 말라위 국적을 원하는 제재 선박은 오히려 더 몰려들어 총 40척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이 '고객'들, 즉 제재 대상 선박들은 애초에 합법적인 국적을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규제도, 감시도 없는 '완벽한 무법지대'를 원했던 것입니다. 사기 행각임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오히려 "이곳은 진짜 법이 통하지 않는 곳이구나"라고 확신하며 더욱 몰려든 셈이죠.
유령선박은 왜 생겨나고, 왜 위협적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그리고 왜 이토록 위험한 '가짜 국적'을 필사적으로 찾는 것일까요?
먼저 ‘가짜 국적’을 찾는 고객은 바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는 선박들입니다. 이들은 특정 국가와의 불법적인 거래 등 국제 규범을 위반하여 정상적인 무역과 항해가 금지된, 말 그대로 '바다 위의 무법자'들입니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되자, 이들은 추적을 피하고 계속해서 영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가짜 국적'을 찾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바다 위의 대포차'들이 늘어나는 것이 구체적으로 왜, 그리고 얼마나 위험할까요?
첫째, 모든 '법'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대포차가 도로의 모든 법규를 비웃듯, 유령선박의 첫 번째 위협은 국제 사회의 법(제재)을 '무시'한다는 점입니다. 특정 국가나 단체의 위험한 행동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재'는 해운업계의 가장 중요한 법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유령선박들은 가짜 국적이라는 대포차 번호판을 달고 이 제재를 간단히 무력화시키며, 국제법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둘째, 결코 잡을 수 없는 '유령'이 됩니다.
경찰이 대포차를 추적하기 시작하면, 범인들은 즉시 번호판을 바꾸고 차를 다른 곳에 숨깁니다. 유령선박의 두 번째 위협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들은 단속망이 좁혀오면 즉시 다른 가짜 국적으로 갈아타는 '치고 빠지기' 전략의 대가들입니다. 실제로 '클리오(Clio)'라는 유조선은 불과 2주 만에 국적을 두 번이나 바꿨는데, 마지막으로 옮겨간 앙골라 가짜 국적은 웹사이트조차 아직 공사 중인 상태였습니다. 이는 경찰이 수배 중인 대포차가 아직 등록되지도 않은 새 번호판으로 바꿔 단 것과 마찬가지여서, 추적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셋째, 범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진화'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무서운 위협은, 이 범죄가 단순히 '대포차'를 숨기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차'를 만들어내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티모르를 사칭한 한 사기 조직은, 고객이 나타나기도 전에 수십 개의 가짜 등록증과 보험 서류를 미리 만들어 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이 위조 서류 중 일부가 이미 고철로 폐선되어 사라졌거나, 심지어 이 세상에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는 '유령선'의 정보로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치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대출 사기를 벌이는 것과 같습니다. 단순히 범죄자를 숨기는 것을 넘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조해 내는 단계까지 이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위협들이 합쳐져 관리·감독을 전혀 받지 않는 유령 선박과 자격 미달의 선원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바다 위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위협, 지금 행동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것은 단순한 사기 사건이 아닙니다. 국제법을 피하려는 수요와 이를 이용하려는 공급이 만나 형성된 거대하고 조직적인 범죄 산업입니다. 이들이 만들어낸 '그림자 함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체를 숨긴 채 우리 바다를 항해하며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나 기관의 노력을 넘어선 강력하고 신속한 국제 사회의 공동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