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완화 소식에 꿈틀대는 해운 물동량: 현황과 전망

2025년, 5월 15일

물류 업무가 쉬워지는 곳, 트레드링스입니다.

최근 글로벌 무역 환경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정책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면서 해상 운송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미중, 90일간 ‘무역 휴전’ 선언

가장 중요한 변화는 미국과 중국이 90일간의 무역 휴전에 합의했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지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으며, 중국 또한 미국산 제품에 125%의 보복 관세를 적용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4월 초부터 양국 간 무역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고, 이는 곧 전 세계 물동량 감소로 이어져 양국의 성장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미국의 관세는 30%로, 중국의 관세는 10%로 대폭 낮아졌습니다. 비록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높아졌던 관세가 상당 부분 완화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해운 선사 CEO가 말하는 ‘물량 급증’

독일 선사 하파그로이드(Hapag-Lloyd)의 CEO 롤프 하벤 얀센(Rolf Habben Jansen)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엄청난 양의 물량이 급증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이것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최근 몇 주와 비교했을 때 “50% 이상 증가하여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몇 주간 급감했던 중국발 미국행 선적 예약이 강하게 반등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그동안 고율 관세 때문에 선적을 미루거나 관망하던 기업들이 관세 완화 조치를 틈타 서둘러 물량 확보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얀센 CEO는 현재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는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데이터로 확인된 ‘컨테이너 예약 폭증’

물량 급증은 구체적인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해운 분석 업체 비전(Vizion)의 전략 비즈니스 개발 부사장 벤 트레이시(Ben Tracy)의 링크드인 게시물에 따르면, 미중 무역 휴전 합의 발표 다음 날인 화요일(5월 13일) 기준 중국발 미국행 컨테이너 선적 예약은 21,530 TEU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불과 며칠 전인 5월 5일의 5,709 TEU에서 277%나 폭증한 수치입니다. 플렉스포트(FlexPort) 역시 월요일(5월 12일) 예약 문의가 35%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그동안 창고, 공장, 항만 등에 쌓여 있던 재고들이 관세 인하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무역 재개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지만, 휴전 발효와 함께 수요가 즉각적으로 폭발한 것입니다. 다만, 머스크(Maersk)와 같은 일부 대형 선사는 여유 선복량을 채우기 위해 미주 노선에서 상당한 할인율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류 현장의 과제: ‘채찍 효과’와 혼잡 우려

갑작스러운 물량 급증에 항만과 선사들은 수요의 채찍 효과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업체 베스푸치 마리타임(Vespucci Maritime)의 CEO 라스 옌센(Lars Jensen)은 “먼저 미국 항만에 도착하는 화물이 엄청나게 감소하다가, 이제는 중국 항만에 대기하던 물품들이 미국으로 선적되면서 엄청나게 급증할 것”이라며, 이는 팬데믹 시기에 목격했던 채찍 효과와 똑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채찍효과(Whipsaw Effect): 공급망(Supply Chain)에서 최종 소비자의 작은 수요 변화가 소매, 도매, 제조 단계를 거치며 점점 더 큰 변동으로 증폭되는 현상입니다. 마치 채찍 손잡이의 작은 움직임이 끝에서 크게 퍼지듯, 예측 오류나 정보 공유 부족 등으로 인해 재고 과다 또는 부족, 비효율성 등을 야기합니다.

프레이토스(Freightos)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물량 증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용 선복량 부족과 일부 장비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선박이 미국에 도착하는 데 약 4~6주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 인하의 효과로 인한 실제 수입 화물량 증가는 몇 주 후에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번 합의 발표 전인 4월에는 선적 예약 취소 물량이 상당했습니다. 해운 데이터 분석업체 시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에 따르면, 5월 5일부터 4주간 아시아발 북미행 노선에서 계획했던 물량보다 약 40만 TEU 적은 컨테이너가 예약되었습니다. 미국 소매 연합(NRF) 역시 합의 전에는 6월부터 9월까지 중국발 미국행 컨테이너 선적이 전년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휴전으로 이러한 전망은 수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매업체들의 움직임과 운임 전망

미국 소매업체들은 90일의 휴전 기간을 활용하여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습니다. 특히 8월 10일에 휴전이 만료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주문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향후 몇 주 안에 출발지 및 미국 도착지 모두에서 컨테이너 운임 상승과 일부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프레이토스의 리서치 책임자 주다 레바인(Judah Levine)은 분석했습니다. 다만, 운임이 상승하더라도 작년 성수기 최고치(미국 서안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8,000달러, 동안 9,800달러 이상)보다는 낮을 것으로 프레이토스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대 증가와 새로운 선사 동맹 간의 경쟁 심화 때문이라고 레바인 책임자는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하파그로이드는 지난 2월 세계 2위 선사 머스크와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이라는 새로운 동맹을 결성한 바 있습니다.

여전한 불확실성: 높은 관세와 홍해 리스크

하지만 이번 90일 휴전의 전체적인 영향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시인텔리전스의 CEO 앨런 머피(Alan Murphy)는 이번 완화된 관세율 30%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월에 발표한 관세 부과 이전의 어떤 대중 관세율보다도 여전히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세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보다 기업들의 선제적인 물량 확보 유인이 덜 명확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작년 말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재고를 비축해 둔 높은 수준의 재고량도 단기적인 압력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미국 소매 연합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1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미국 수입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습니다. 영국 뷰티 브랜드인 레볼루션 뷰티(Revolution Beauty)는 4월 관세 부과 전 중국산 제품을 상당량 미리 비축해 둔 덕분에 이익을 보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 외에 해운 시장의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는 홍해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파그로이드를 포함한 주요 선사들은 작년 말부터 예멘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으로 인해 홍해 항로 통항을 피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운항 거리가 길어지고 해상 운임이 상승하는 상황입니다.

하벤 얀센 CEO는 후티 반군이 선박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상업 선박의 장기적인 안전이 보장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항로가 안전하고 장기간 안전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가시성이 필요하다”며, 안전이 확보되는 대로 점진적으로 수에즈 운하를 통해 복귀할 계획이지만 이 과정이 60~90일 소요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갑작스러운 복귀는 항만 혼잡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미중 간의 일시적인 관세 완화는 해운 물동량에 즉각적이고 상당한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그동안 억눌렸던 수요가 단기적으로 폭발하면서 물동량 급증, 항만 혼잡, 운임 상승 가능성 등 물류 현장에 여러 과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30%의 관세율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홍해 리스크 등 다른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90일간 미중 무역 협상과 글로벌 물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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