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일상이 됐는데’…공급망 대응 속도 오히려 더뎌진 기업들

2024년, 11월 21일
  • 맥킨지 “기업 90% 공급망 문제 직면… 대부분 적극적 대응 안해”
  • “디지털 인재 부족에 경영진 무관심까지”…전문가들 “AI·디지털 전환이 해법”

1. 글로벌 공급망의 현재: 심화되는 위기와 둔화되는 대응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새로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홍해에서의 상업 선박 미사일 공격, 유럽의 홍수로 인한 자동차 생산 지연 등 예기치 못한 위기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여기에 무역 긴장으로 인한 반도체 제품과 제조 장비, 중요 소재의 이동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위기가 계속 발생하고, 오히려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지금, 기업들의 대응은 오히려 느려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가 발표됐습니다. 최근 맥킨지는 다양한 산업과 지역의 고위 공급망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Global Supply Chain Leader Survey’를 발표했는데, 총 88명의 리더를 대상으로 한 심층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급망 위기 상황은 여전히 표준으로 남아 있으며, 10명 중 9명의 응답자가 2024년에 공급망 문제에 직면했다고 답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공급망 회복력과 관련하여 기업들이 가속 페달을 밟지 않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는 것입니다. 설문 조사에서 대다수의 기업들이 잠재적인 공급망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투자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 공급망 관리의 진화: 팬데믹이 남긴 교훈

2020년부터 시작된 맥킨지의 연례 조사는 공급망 관리의 뚜렷한 변화를 보여줍니다. COVID-19 팬데믹 초기, 기업들은 더 많은 재고를 확보하는 등의 즉각적인 대응에 집중했습니다. 당시 59%의 기업이 혼란 관리를 위해 더 큰 재고 버퍼에 의존했으나, 현재는 34%만이 이러한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6%의 기업이 안전 재고를 늘리고 싶어도 현금이나 용량 제약으로 인해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고 전략에 대한 향후 계획을 보면, 47%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했고, 46%는 위험 버퍼를 줄이거나 없애겠다고 답했습니다. 네트워크 재고를 추가로 늘리겠다는 기업은 7%에 불과했습니다.

안전재고 : 더 이상 공급망 리스크 완화의 최우선 전략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들은 보다 전략적인 접근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73%의 기업이 이중 소싱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60%는 공급망 지역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1차 공급업체에 대한 가시성이 크게 개선되어, 포괄적인 가시성을 확보한 기업의 비율이 2년 연속 10% 포인트씩 증가해 60%에 도달했습니다. 또한 4분의 3 이상의 기업이 효과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함께 공급망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내부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고 답했습니다.

기업들은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점점 덜 실행하고 있으며,
디지털 투자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습니다.

3. 디지털화의 현주소: 기회와 도전의 공존

디지털화 측면에서는 진전과 한계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급망 전반의 수요와 생산 계획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여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고급 계획 및 스케줄링(APS) 시스템의 경우, 66%의 기업이 투자를 진행 중이며 이는 전년 대비 14% 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하여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10%에 불과합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3분의 1의 기업이 APS 시스템 도입에 대한 정량화된 비즈니스 케이스조차 갖고 있지 않으며, 15%는 시스템 구현이 비즈니스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기업들은 고급 계획 및 스케줄링 시스템(APS)을 위한
비즈니스 사례를 구축하는 데 느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디지털화의 더딘 진전 배경에는 심각한 인재 부족 문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무려 90%의 기업이 디지털화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인재가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이는 2020년 첫 조사 이후 거의 개선되지 않은 수치입니다.

특히 물류 산업은 디지털 인재 확보에 있어 고유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성장 가능성, 기술적 도전 과제가 적다는 인식이 인재 유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구식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35%의 기업들이 디지털 인프라 부족을 주요 문제로 지적하고 있으며, 오래된 시스템은 새로운 기술 도입과 활용을 제약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근무 환경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4. AI와 디지털 인재 확보: 새로운 돌파구

기업들의 디지털 인재 확보 전략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자체 인재 개발을 선호하던 기업들이 2023년까지는 외부 영입으로 전략을 선회했다가, 최근에는 다시 내부 교육 및 인재 개발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내부 육성 전략이 장기적으로 가장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접근 방식을 보면, 많은 기업들이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일하면서 학위를 취득하고 실무에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또한 특정 디지털 기술에 특화된 맞춤형 교육 과정을 제공하여 직원들이 실무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한편, AI 기술은 공급망 관리의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AI 시스템은 여러 계층의 공급업체 데이터, 물류 공급업체 정보, 작업장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큰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공급업체의 재무 정보부터 장기 기상 예보, 소셜 미디어 트래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잠재적인 공급망 위험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5. 해결해야 할 과제들: 심층 공급망과 지속가능성

심층 공급망의 가시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합니다. 2차, 3차 공급업체에 대한 가시성은 오히려 7%포인트 감소했으며, 이는 2년 연속 하락한 수치입니다. 이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인데, 실제로 주요 공급망 혼란이 종종 이러한 심층 공급망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업들이 공급망 중단에 대응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평균 2주가 소요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주간 단위의 영업 및 운영 실행 주기보다 훨씬 긴 시간입니다.

1차 공급업체 수준의 투명성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2차 이상 공급업체에 대한 분석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관련 규제 대응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유럽연합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등 새로운 법률들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현재 이를 완전히 준수하고 있는 기업은 9%에 불과하며, 30%는 준수 노력에서 뒤처져 있거나 상당히 뒤처져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고위 경영진의 공급망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입니다. 이사회가 공급망 위험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0%에 불과했으며, 정기적인 위험 보고 비율도 50%에서 25%로 급감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중단이나 주요 새로운 위험이 발생했을 때만 임시로 보고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6. 맥킨지가 제시하는 해결책

맥킨지는 이러한 상황에서 몇 가지 중요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데이터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데이터 품질과 디지털 프로젝트의 성과 사이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지만, 실제로 APS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기업들 중에서도 완벽한 데이터를 가진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80/20 규칙을 적용하여, 가용한 데이터로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맥킨지는 기업들이 다음과 같은 핵심 질문들을 통해 자사의 공급망 회복력을 점검해볼 것을 권고합니다:

  • 디지털 인재 확보 계획이 있는가?
  • 2차·3차 공급업체의 위험 상태를 파악하고 있는가?
  • 효과적인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 AI를 활용한 위험 평가를 하고 있는가?
  • 공급망 중단 시 1주일 내 복구가 가능한가?
  • 이사회가 공급망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 위험 완화를 위한 예산 확보가 가능한가?

미래의 공급망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AI와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 체계적인 인재 육성, 그리고 경영진의 관심이 결합된다면, 이러한 도전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AI와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효율성 향상을 넘어, 보다 탄력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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