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운 시장의 ‘상식’이 뒤집히다: 왜 동-서부 해안 운임 격차가 사라지고 있을까?

2024년, 11월 13일

“동부가 서부보다 비싼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 깨지고 있는 오랜 상식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미국과 교역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미국 동부 해안으로 가는 운임이 서부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인데요. 이는 지난 10년간 해운업계에서 변함없이 지켜져 온 공식과도 같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부 해안으로 가려면 파나마 운하나 수에즈 운하를 지나야 하고 항해 거리도 더 길어서 운임이 보통 800~1,200달러는 더 비쌌기 때문입니다. 수출입 기업들에게 이러한 가격 차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죠.

하지만 최근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당연한’ 운임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건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이 흥미로운 변화의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단 412달러 차이..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운임 격차

2024년 11월, 해운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상하이에서 미국 동부 해안으로 가는 운임이 서부 해안과 비교해 단 412달러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이는 지난 4년간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수치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었느냐는 점입니다. Xeneta의 데이터를 보면, 9월 1일부터 11월 1일까지 불과 두 달 만에 중국-미국 동부 해안 운임이 FEU당 691달러나 급락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서부 해안 운임은 131달러만 하락했죠. 11월 13일에는 그 차이가 504달러로 약간 반등했지만, 이는 여전히 8월 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서부 해안의 부활” – 잃었던 신뢰를 되찾다

이런 극적인 변화의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서부 해안 항구들입니다. 2024년 10월, 서부 해안은 아시아에서 오는 수입 물량이 전년 대비 15%나 증가한 843,000 TEU를 기록했는데요. 반면 동부 해안은 6.6% 증가한 578,000 TEU에 그쳤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그동안 서부 해안 항구들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노사 갈등으로 인한 파업, 항만 혼잡, 서비스 불안정 등이 계속되었죠. 하지만 최근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면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노사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었고, 캐나다 항구들의 상황도 좋아졌으며, 전반적인 물류 효율성도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반전의 반전” – 파나마 운하가 만든 의외의 결과

여기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집니다. 올해 파나마 운하에서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다는 소식, 들어보셨나요? 이로 인해 파나마 운하 당국은 하루 통과 선박 수를 25회로 제한했고, 2024년 2월부터는 이를 18회로 더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예측했습니다. “파나마 운하 통행이 제한되면 동부 해안 운임이 폭등할 것”이라고요. 하지만 현실은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왜 이런 의외의 결과가 나타난 걸까요?

그 비밀은 해운사들의 영리한 대응에 있었습니다. 파나마 운하 통행이 어려워지자 많은 선사들이 수에즈 운하로 우회하거나 아예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를 선택했죠. 더구나 파나마 운하 당국이 제한된 통행권의 우선순위를 컨테이너 선박에 준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화물 운송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변수의 등장” – 동남아시아가 바꾸는 해운 지도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근 글로벌 제조업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바로 동남아시아 제조업의 급격한 성장입니다. 이것이 해운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CMA CGM과 같은 대형 해운사들의 움직임입니다. 이들은 동남아시아에서 뉴욕-뉴저지 항구로 가는 직항 서비스를 크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먼저 동남아시아에서 미국 동부 해안으로의 직항 서비스가 늘어나는 데는 여러 경제적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물류 비용의 total cost를 고려해야 하는데요. 서부 해안으로 물건을 보내면 일단 항구에 도착한 후에 다시 철도나 트럭으로 동부까지 운송해야 합니다. 이런 내륙 운송 비용이 만만치 않죠. 반면 동부 해안으로 직접 보내면 이러한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수에즈 운하는 파나마 운하와 비교했을 때 훨씬 큰 선박이 지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파나마 운하는 최대 5,000 TEU 규모의 선박만 통과할 수 있는 반면, 수에즈 운하는 7,500 TEU 이상의 대형 선박도 통과가 가능합니다. 이는 한 번에 더 많은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결과적으로 단위당 운송 비용을 낮출 수 있죠.

게다가 뉴욕과 뉴저지 항구는 미국 최대의 소비 시장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소비되는 물건들을 굳이 서부 해안으로 보냈다가 다시 동부로 가져올 필요가 없어지는 거죠. 이런 직항 서비스의 증가는 동부 해안의 물동량을 늘리는 동시에 가격 경쟁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경고” – 이것은 일시적 현상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이 변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BOC International의 CEO인 Patrick Fay는 “기존의 동서부 해안 간 운임 차이 공식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합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M+R Spedag Group의 부사장 James Caradonna의 분석인데요.

Caradonna는 “과거에는 동부 해안 운임이 서부보다 최소 1,000달러는 더 비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제 그런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런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새로운 시대의 도전과제” –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운송 루트의 다변화인데요. 예전처럼 단순히 ‘서부가 싸니까 서부로 보내자’는 식의 접근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파나마 운하의 통행이 제한되거나, 특정 항로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여러 대체 루트를 확보해둬야 하죠.

또한 기업들은 동부와 서부 해안의 장단점을 더 섬세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서부 해안은 최근 노사 관계가 안정되고 물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S&P Global의 PIERS 데이터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요. 반면 동부 해안은 파나마 운하 통행 제한에도 불구하고 수에즈 운하를 통한 대체 루트가 활성화되면서 나름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죠.

특히 중요한 것은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입니다. Xeneta의 데이터에서 볼 수 있듯이, 불과 두 달 만에 운임이 급격히 변할 수 있습니다. 9월부터 11월까지 동부 해안 운임이 FEU당 691달러나 하락한 것이 좋은 예시죠. 이처럼 급격한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장기 계약과 단기 계약을 적절히 조합하는 등의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이처럼 10년 넘게 당연하게 여겨졌던 ‘동부 고비용’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해운 시장은 더욱 역동적이고 복잡해질 전망입니다.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더욱 섬세하고 유연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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