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DR 시행 앞두고 글로벌 기업들 ‘화물 밀어내기’ 전략 가동
- 팜유, 소고기, 커피 등 규제 대상 품목 EU향 수출 급증…항만 적체 및 선복 부족 사태 우려
- 지능형 화물 추적 시스템 도입, 공급업체 협력 강화 등 선제적 대응 필요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로테르담항, 팜유 수입 급증에 적체 심화”
“함부르크항 냉동 창고 부족… 브라질산 소고기 하역 지연”
최근 수출입 시장에서는 이러한 뉴스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바로 12월 30일, EU의 ‘산림전용규제(EUDR)’ 전면 도입을 앞두고 기업들이 EUDR 적용을 피하기 위해 수출을 서두르면서 EU로 관련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EUDR이 뭐길래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할까요?
오늘 이 시간에는 EUDR이 무엇인지, 그리고 EUDR시행을 앞두고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고,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겠습니다.
EU 산림전용규제(EUDR), 새로운 글로벌 무역 규제로 부상
엄격한 기준에 수출국 대응 부심… EU향 수출 급증으로 글로벌 공급망 ‘혼선’
‘EU 산림전용규제(European Union Deforestation-Free Products Regulation, EUDR)’는 EU로 수입되는 팜유, 소고기, 커피, 코코아, 목재, 고무, 대두 등 산림전용 위험이 높은 7대 품목에 대해 ‘산림 파괴 없는 공급망’을 입증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입니다.

EUDR은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규제 대상 품목을 EU에 수출하려는 기업은 다음과 같은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 해당 상품의 생산 과정에서 2020년 12월 이후 발생한 산림 파괴나 토지 황폐화 등에 연루되지 않았음을 증명
- 생산지 국가의 환경 및 인권 관련 법규를 준수했음을 입증
- 공급망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보 공개 및 이해관계자 소통 강화
- 독립적인 제3자 기관의 실사 통과
이처럼 EUDR은 그간 EU가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추진해온 그린딜 정책의 후속 조치로서, 역외에서 발생하는 산림 파괴를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도입되었습니다. EU는 이를 통해 수입 품목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한 농업과 산림 경영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EUDR 시행 전 ‘화물 밀어내기’ 물량 쏟아져…
팜유, 소고기, 커피, 목재 등 수출 급증
자, 이처럼 좋은 취지를 지니고 있는 EUDR, 하지만 시행을 4달 앞두고 있는 지금, 일부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가용한 물량을 최대한 EU로 수입하려는, 이른바 ‘밀어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밀어내기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러한 전략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선 기업들은 EUDR 시행 전에 수입된 제품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활용해 단기적으로 비용을 줄이고 기존의 공급망을 유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국제커피기구(ICO)의 바누시아 노게이라(Vanusia Nogueira) 사무총장은 “EU가 2024년에 EU 영역으로 들어오는 생두는 EUDR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고 명확히 밝혔기 때문에, 일부 기업들이 연말 전에 더 많은 커피를 EU로 들여오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기업들은 EUDR 시행 후 예상되는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이런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공급업체들이 새로운 규제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급 차질을 우려해,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려는 것이죠.
여기에 EUDR 준수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도 ‘밀어내기 전략’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사, 인증 등 EUDR 대응에 필요한 절차는 상당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기업들로서는 규제 시행 전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 단기적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려 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연간 매출의 최대 4%에 해당하는 벌금 역시 기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EUDR은 산림 파괴와 관련된 상품, 예를 들어 소, 코코아, 커피, 팜유, 목재 등을 포함하는 주요 제품에 대해 엄격한 추적 가능성과 인증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해당 상품이 산림 파괴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문서와 데이터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EU 시장에서 1억 유로의 매출을 올린 기업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대 400만 유로(1억 유로의 4%)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죠.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이러한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화물 밀어내기를 하고 있는 것 입니다.

이 외에도 EUDR 시행 초기에 예상되는 시장 혼란을 피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바탕으로 기존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는 전략적 고려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특히 EU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이러한 전략을 통해 경쟁 우위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EUDR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갖추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도 ‘밀어내기 전략’의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충분한 재고를 바탕으로 규제 시행 초기 혼란기를 버티면서, 그 틈에 새로운 규제 환경에 맞는 공급망 관리 역량을 키우겠다는 계산인 셈이죠.
이처럼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기업들은 EUDR 시행을 앞두고 ‘밀어내기 전략’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커피 산업의 경우, 브라질과 베트남의 수출업체들이 EU향 수출량을 각각 15%와 20% 가량 늘렸는데, 특히 에스프레소용 아라비카 생두와 로부스타 커피의 수출 증가가 두드러졌습니다. 팜유 산업에서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EU향 수출이 12~15% 증가했으며, 로테르담 항과 식용유 제조용 정제 팜유의 수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목재 산업에서는 중국의 EU향 수출이 20% 이상 증가했고, 가구용 합판과 마루판의 수출 증가가 눈에 띄었습니다. 고무 산업 역시 태국의 EU향 수출이 18% 늘어났으며, 특히 자동차 타이어용 천연고무의 수출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화물 적체, 선복 부족 등 공급망 혼란 가중…
지능형 화물 추적 시스템 등 선제적 대응 필요
문제는 기업들의 ‘화물 밀어내기’ 가 자칫 해운대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선복 확보의 어려움입니다. 다수의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대량 화물 선적에 나서면서 심각한 선복 부족 사태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물류 공간 부족의 차원을 넘어, 운송비 급등과 공급망 전반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도착 항만에서의 체류 시간 증가 문제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물동량 급증으로 인한 항만 처리 능력 한계와 EUDR 관련 신규 통관 절차로 인해 화물 체류 시간이 늘어날 경우, 공급망 병목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TRADLINX Ocean Visibility와 같은 지능형 화물 추적 시스템의 도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화물의 실시간 위치와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어, 항만 체류 시간을 줄이고 불필요한 지연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공급망 운영의 리스크를 사전에 예측하고 알려줌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이고, 협력사들과 빠르게 협업하여 문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스라엘 농업 관리 솔루션 기업 Agritask의 CEO인 Ofir Ardon 역시 EUDR이 기존 물류 프로세스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공급망 가시성과 데이터 정확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며, 공급업체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현장 밀착형 소통을 통한 투명성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했죠.

뿐만 아니라, 공급업체 및 물류 파트너와의 협력 강화도 필수적입니다. 공급망은 수많은 업체들과의 소통을 통해 운영되므로, 이들과 협력하여 규제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규제 적응을 원활히 하고, 공급망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공급업체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규제에 맞는 운영 절차를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항로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운송 경로를 사전에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공급망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특정 항로에 지연이 발생할 경우 대체 항로를 활용함으로써 주요 항로의 혼잡을 피하고 운송비 상승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해상 운송뿐만 아니라 철도 운송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합니다.

이처럼 EUDR 시행에 따른 ‘화물 밀어내기’ 현상은 글로벌 공급망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현안입니다. 하지만 지능형 화물 추적 시스템 도입, 공급업체 및 물류 파트너와의 협력 강화, 다양한 운송 경로 확보 등 다각도로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입니다. 급변하는 국제 물류 환경 속에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적극 활용하여 공급망 전반을 최적화해 나가는 기업만이 새로운 규제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EUDR은 분명 기업들에게 큰 도전이 되겠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공급망 관리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